Wednesday, April 15th, 2026

변화하는 대한민국의 자산 패러다임: 신흥 부자의 금융 투자와 남산의 지속 가능한 실험

부동산 불패 신화의 균열과 신흥 부유층의 등장 한국 사회에서 부를 축적하고 관리하는 방식에 뚜렷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2026 대한민국 웰스 리포트’를 보면 젊은 신흥 부유층이 부동산보다 금융 투자로 눈을 돌리고 있는 현상이 두드러진다. 10억 원 이상의 금융 자산을 보유한 50세 미만의 신흥 부자, 이른바 ‘케이-에밀리(K-EMILLI)’가 그 중심에 있다. 보고서 상 평균 연령 51세로 나타난 이들 그룹은 부의 증식을 위해 전통적인 부동산 투자 매입보다는 금융 자산 운용에 훨씬 더 많이 의존하는 경향을 보였다.

특히 이들의 직업군은 상당히 흥미롭다. 기존 부유층이 주로 전문직이나 사업가에 집중되어 있던 것과 달리, 케이-에밀리 그룹은 평범한 회사원이나 공무원의 비율이 약 30%에 달해 두 배가량 높았다. 거주 형태 역시 이들 중 44%가 이른바 ‘국민 평형’으로 불리는 약 99제곱미터(30평대) 규모의 중소형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다. 초기에 평균 8억 5천만 원가량의 종잣돈을 주로 예적금으로 마련했던 이들은, 이후 근로 소득과 적극적인 금융 투자 수익을 바탕으로 자산 규모를 키워온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이들의 자산 포트폴리오를 살펴보면 예금형 자산이 54%, 투자형 자산이 46%를 차지하고 있다. 전통적인 부자들에 비해 투자형 자산의 비중이 월등히 높다. 실제로 응답자의 48%가 부동산보다 금융 투자가 부를 창출하는 데 더 나은 방법이라고 답했다. 이러한 기조는 비단 젊은 층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지난 5년 동안 한국의 전체 부유층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63%에서 52%로 쪼그라든 반면, 금융 자산은 35%에서 46%로 훌쩍 뛰었다. 오랫동안 한국 사회를 지배해 온 ‘부동산이 곧 확실한 부의 지름길’이라는 맹신이 점차 힘을 잃어가고 있는 셈이다.

소유에서 지속 가능한 운용으로, 서울시의 남산 프로젝트 개인의 자산 관리 패러다임이 단순한 부동산 소유에서 지속 가능한 자산 운용으로 진화하고 있듯, 도시의 거대한 공공 자산을 다루는 방식도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서울시가 19일 기자설명회를 통해 400억 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하는 ‘지속가능한 남산 프로젝트’를 발표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무려 7년 만에 다시 추진되는 남산 곤돌라 조성 사업이다. 오세훈 시장의 과거 재임 시절이던 2008년과 박원순 전 시장 임기 중이던 2016년에도 곤돌라 설치가 추진되었으나, 당시에는 환경단체의 거센 반발과 한양도성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이슈가 복잡하게 얽히면서 끝내 무산된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엔 접근 방식 자체가 다르다. 전문가와 환경단체가 함께 참여한 ‘지속가능한 남산을 위한 발전협의회’의 조언을 적극적으로 수용했다. 무엇보다 곤돌라를 운영해 얻는 수익을 남산의 생태 관리에 전액 재투자하는 별도의 기금으로 운용할 방침이다. 시설물을 통한 수익 창출이 곧장 생태 보전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겠다는 것이 서울시의 핵심 구상이다.

곤돌라 수익으로 생태계 살리는 숲길과 스카이워크 계획안에 따르면 새롭게 들어설 곤돌라는 총연장 800m 구간에서 시간당 1600명에서 최대 2000명까지 실어 나를 수 있는 규모다. 45인승 대형 캐빈 2대가 양방향으로 오가는 기존의 케이블카와는 형태가 완전히 다르다. 10인승 소형 곤돌라 25대가 위아래 승강장을 끊임없이 순환하는 방식이 도입된다. 하부 승강장으로는 명동역과 인접해 있으면서 대형버스 주차장과 환승센터까지 갖춘 남산예장공원을 활용하기로 했다. 애초에 곤돌라 도입을 염두에 두고 조성되었지만 사업이 엎어지면서 그간 도심 속 빈터로 방치되다시피 했던 공간이다. 구체적인 탑승 요금은 추후 논의를 거쳐 확정되며, 오는 10월 본격적인 설계에 착수해 내년 9월 첫 삽을 뜬 뒤 2025년 11월 개통하는 것을 목표로 잡고 있다.

물론 곤돌라가 새로 생긴다고 해서 기존에 있던 케이블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남산케이블카는 1962년부터 한국삭도공업이 줄곧 독점 운영해 오고 있는데, 과거 사업 인가 당시 운영 기간에 별다른 제한을 두지 않았기 때문에 서울시 입장에서도 딱히 사업권을 강제로 회수할 뾰족한 방도가 없다.

이와 함께 남산도서관에서 남산야외식물원을 잇는 스카이워크도 새롭게 조성될 예정이다. 산이 전면 개방되면서 곳곳에 무분별하게 생겨난 샛길들을 깔끔하게 정리하고, 탐방객들의 발걸음을 스카이워크 쪽으로 자연스럽게 분산시키면 결과적으로 남산의 산림 훼손을 막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이 스카이워크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비용 역시 곤돌라 운영 수익으로 충당된다. 빗물이 땅으로 스며드는 것을 막는 낡은 아스팔트 도로의 일부를 걷어내 친환경 소재로 덮고, 신갈나무와 소나무 숲 일대에 지정된 생태환경보전지역을 지금보다 더 넓히는 방안도 포함됐다.

기대와 우려 교차하는 환경단체의 시선 이러한 서울시의 행보를 두고 환경단체들은 다소 엇갈린 반응을 보이면서도, 기후위기 시대에 남산의 생태 보전과 이용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큰 틀의 방향성에는 공감하는 분위기다. 발전협의회에 직접 참여했던 민성환 생태보전시민모임 대표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남산의 생태적 지속성을 확보하는 것을 공동의 과제로 삼았다는 점에 큰 의미를 부여하며, 세부 과제 중 하나로 곤돌라를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검토해 볼 여지가 있다고 평가했다. 협의회 간사를 맡은 김동언 서울환경연합 정책국장 역시 사안을 무조건적인 찬성과 반대의 이분법으로 볼 것이 아니라, 서울시와 머리를 맞대고 함께 고민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덧붙였다.

반대의 목소리도 분명 존재한다. 녹색연합은 즉각 성명을 내고 기존 케이블카가 버젓이 운행되는 상황에서 곤돌라까지 추가로 돌리게 되면 남산 정상부에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몰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결국 남산 생태계의 심각한 교란과 훼손을 가중시킬 뿐이라며 프로젝트 전반에 대한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시대의 변화에 맞춰 개인의 부를 관리하는 방식이 달라지듯, 오랜 세월 서울의 상징이었던 남산이 새롭게 도입되는 수익 및 보전 모델을 통해 어떻게 지속 가능한 미래를 그려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