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June 17th, 2026

글로벌 원전 르네상스와 한국의 차세대 베팅: 인공태양부터 K-UAM까지

최근 몇십 년간 다소 주춤했던 원자력 발전이 전 세계적으로 다시금 에너지 안보와 기후 위기 대응의 핵심으로 급부상하는 분위기다. 특히 데이터센터나 에너지 다소비 산업처럼 안정적이면서도 탄소 배출이 없는 막대한 전력을 요구하는 수요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전통적인 전력망 공급 체계를 넘어선 새로운 상업적 활로가 열리고 있다.

조만간 발간될 OECD 산하 원자력기구(NEA)의 ‘2050년 및 그 이후의 글로벌 원전 설비용량 전망’ 보고서가 주목받는 이유도 바로 이 지점에 있다. 이 보고서는 기존 원전의 수명 연장부터 대형 신규 원전 건설, 그리고 소형모듈원전(SMR) 상용화에 이르기까지 글로벌 프로젝트들의 현주소를 상당히 촘촘하게 짚어낸다. 이미 38개국이 지지 서명을 마친 ‘2050년까지 원자력 발전 용량 3배 확대’라는 야심 찬 목표가 현실이 되려면, 투자 프레임워크나 공급망, 전문 인력 확보 같은 밸류체인 전반의 뒷받침이 얼마나 철저히 준비되어야 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러한 글로벌 원자력 르네상스 기류 속에서, 한국은 당장의 원전 생태계 확장을 넘어 궁극의 청정에너지로 불리는 ‘인공태양(핵융합)’과 미래 모빌리티 인프라 구축에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지난 30일 과기정통부가 주재한 ‘2026년 제1회 국가연구개발사업평가 총괄위원회’에서 핵융합 에너지 핵심 기술 실증센터 구축 사업과 한국형 도심항공교통(K-UAM) 안전운용체계 2단계 사업이 나란히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태양의 에너지 생성 원리를 그대로 모방해 수소 핵융합 반응으로 전력을 생산하는 인공태양 프로젝트에는 국비만 무려 1조 2천억 원이 투입된다. 전남 나주시 에너지국가산단 일대 103만㎡ 부지에 2028년 첫 삽을 떠서 2036년 완공한다는 구체적인 청사진도 나왔다. 이를 위해 전남도와 나주시는 한국에너지공대(KENTECH)와 밀착 공조하며 내년도 정부 예산 확보를 위해 그야말로 행정력을 총동원할 태세다.

동시에 심판대에 오른 K-UAM 사업 역시 국가전략기술 플래그십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그 무게감이 남다르다. 1단계 성과를 딛고 이제는 실제 도심 환경에서 안전운용체계 핵심기술을 검증하는 본격적인 실증 궤도에 진입하게 된다. 막대한 전력을 소모할 미래형 도심 모빌리티 생태계 역시, 결국 앞서 언급한 차세대 친환경 전력망이 탄탄하게 뒷받침되어야만 온전히 굴러갈 수 있다는 점에서 두 사업의 동시 추진은 꽤 유의미한 연결고리를 갖는다.

물론 변수는 있다. 향후 7개월간의 꼼꼼한 검토를 거쳐 최종 추진 여부가 가려지겠지만, 공교롭게도 이번 예타 대상 선정 발표 직전 국회에서는 R&D 사업 예타 폐지 법안이 통과됐다. 대대적인 정책 변화의 문턱에서 현장의 혼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올 법도 하다. 이에 대해 과기정통부는 이미 궤도에 올라 심사 중이거나 적정성 검토가 진행 중인 건들은 기존 제도의 틀 안에서 안정적으로 마무리 짓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박인규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역시 새로운 제도가 완전히 안착하기 전까지는 과도기적 리스크를 최소화해 국가 역점 사업들이 적기에 닻을 올릴 수 있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에너지 패러다임이 기존 원전의 부활과 SMR로 빠르게 재편되는 가운데, 한국은 SMR 시장 진입뿐만 아니라 핵융합이라는 더 먼 미래의 기저전원과 첨단 UAM 인프라까지 동시에 쥐고 가야 하는 만만치 않은 과제를 안게 됐다. 글로벌 밸류체인 속에서 우리가 어떤 기술적 우위를 선점하고, 격변하는 R&D 정책 환경을 얼마나 유연하게 돌파해 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판은 이미 깔렸고, 남은 것은 그 위에서 얼마나 정교하게 다음 수를 두느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