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의 컴백은 늘 단순한 신보 발매를 넘어 하나의 거대한 문화적 현상이 되곤 했다. 빅히트 뮤직은 오는 3월 20일 새 정규 앨범 ‘아리랑(Arirang)’ 발매에 맞춰 4월 12일까지 ‘BTS 더 시티 아리랑 서울(BTS The City Arirang Seoul)’ 프로젝트를 전개한다. 앨범 발매 다음 날인 21일에는 광화문 광장에서 완전체 복귀 콘서트가 열리며, 이 역사적인 무대는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된다. 서울이라는 도시 전체를 K팝과 한국 문화가 어우러진 거대한 캔버스로 탈바꿈시키겠다는 야심 찬 기획이 다시 한번 시동을 건 셈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음악과 디지털 기술을 결합해 서울의 일상적 풍경에 완전히 녹아드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앨범 발매 당일 숭례문과 N서울타워에는 현대성과 역사적 유산의 공존을 상징하는 거대한 미디어 파사드가 도심을 밝힌다. 여의도 한강공원에서는 팬들과 시민들이 라운지 분위기에서 BTS의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청음 행사가 마련되며, 4월부터는 성곽이나 계단, 가로수 등에 멤버들의 가사를 투사하는 야외 전시도 이어진다. 2022년 라스베이거스와 부산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했던 ‘더 시티’ 프로젝트의 연장선으로, 모빌리티와 식음료 산업까지 연계해 방문객들에게 몰입감 있는 도시 경험을 제공하려는 치밀한 전략이 엿보인다.
이처럼 서울 전체를 뒤흔들 압도적인 스케일의 컴백은 미국 레코딩 아카데미의 행보와 맞물려 글로벌 음악 시장에 더욱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를 만들어낸다. 최근 그래미 어워즈는 제69회 시상식을 앞두고 ‘베스트 아시안 팝 뮤직 퍼포먼스(Best Asian Pop Music Performance)’ 부문 신설을 포함한 주요 규정 변경을 발표했다. 올해 초 ‘K팝 데몬 헌터스(KPop Demon Hunters)’가 첫 그래미 트로피를 거머쥐며 아시아 아티스트의 메인스트림 진입을 입증한 직후 나온 꽤나 상징적인 조치다. 아시아권 언어를 유의미하게 활용한 K팝, J팝, C팝 등을 포괄하는 이 새로운 전장에는 수많은 아티스트가 출사표를 던지겠지만, 사실상 가장 유력한 우승 후보는 이견의 여지 없이 방탄소년단이다.
이미 2021년부터 3년 연속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후보에 오르며 장르의 한계를 뛰어넘은 BTS에게 이번 신설 부문은 주최 측이 깔아준 탄탄한 레드카펫과 같다. 전곡이 영어로 쓰인 올해의 메가 히트곡 ‘Swim’은 규정상 아시안 팝이 아닌 기존의 팝 듀오/그룹 부문으로 직행하겠지만, 3월 발매되는 새 앨범 ‘아리랑’의 수록곡들은 상황이 다르다. 앨범의 포문을 여는 ‘Body to Body’나 발매 전부터 씬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는 ‘2.0’ 같은 트랙들은 아시안 팝 부문 후보로 전혀 손색이 없다.
팝과 댄스/일렉트로닉 분야에 속한 이 카테고리는 아시아 음악 씬에 깊은 이해도가 없는 일반 팝 투표권자들의 표심이 강하게 작용한다. 그렇기에 이미 압도적인 글로벌 인지도를 굳힌 BTS가 여러 부문에서 동시에 노미네이트되는 유일한 아시안 아티스트가 될 가능성은 짙을 수밖에 없다. 수개월 뒤 발표될 후보 명단을 굳이 들여다보지 않더라도, 그래미의 새로운 트로피는 이미 주인을 찾은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