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June 25th, 2025

마렐리, 40억 달러 부채로 파산 보호 신청… 6천 명 고용 불안

자동차 부품업체 마렐리(Marelli)가 40억 달러가 넘는 부채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미국 델라웨어 파산 법원에 파산법 제11조(Chapter 11) 보호 절차를 자발적으로 신청했다. 이번 결정은 닛산(Nissan), 스텔란티스(Stellantis) 등 주요 완성차 업체에 부품을 공급하는 글로벌 제조업체의 심각한 재정 위기를 드러낸다.

마렐리는 이번 절차를 통해 장기 부채 구조를 근본적으로 재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채권자의 약 80%가 이 구조조정안을 지지하는 데 서명했으며, 이를 기반으로 마렐리는 새로운 재정 기반을 마련하려 한다.

Chapter 11로 11억 달러 자금 확보

미국 파산법 제11조는 경영난에 처한 기업이 운영을 중단하지 않고 부채를 재조정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로, 최근 화장품 기업 에이본(Avon)과 배터리 제조사 노스볼트(Northvolt)도 같은 제도를 활용한 바 있다.

이번 신청을 통해 마렐리는 11억 달러의 신규 자금을 확보했으며, 이 자금은 기업의 장기 성장과 기술 혁신에 사용될 예정이다. 마렐리의 대표이사 데이비드 슬럼프(David Slump)는 “Chapter 11 절차는 마렐리의 재무 구조를 강화하고, 부채를 자본으로 전환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번 결정은 마렐리가 미래형 차량을 위한 첨단 기술을 고객에게 지속적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하고, 장기적인 성장을 위한 유동성을 확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속된 위기와 구조조정

마렐리는 최근 몇 년간 자동차 산업의 전기차 전환과 자동화, 글로벌 수요 감소, 전략적 판단 오류 등으로 큰 어려움을 겪어왔다. 모기업 마그네티 마렐리(Magneti Marelli)는 2019년 FCA(피아트 크라이슬러)에 의해 미국 사모펀드 KKR에 62억 달러에 매각된 후, 일본의 칼소닉 칸세이(Calsonic Kansei)와 합병되며 현재의 구조가 완성됐다.

2022년에는 KKR 주도로 구조조정 계획이 추진되어 일시적으로 재무 상황이 호전되었지만, 이후 닛산의 경영 악화가 다시 큰 타격을 입혔다. 닛산은 마렐리 매출의 약 30%를 차지했던 주요 고객이었으나, 최근 몇 년간의 실적 저조로 인해 마렐리의 수익성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결과적으로 약 6,500억 엔(45억 달러 상당)의 부채가 누적됐다.

인도 기업 인수설과 향후 전망

현재 마렐리는 구조조정 외에도 매각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유력 후보로는 인도의 대형 부품업체 마더슨(Motherson)이 거론되고 있으며, 현지 보도에 따르면 이 기업은 인수 제안을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아직 구체적인 조건이나 결과는 공개되지 않았으며, 최종 협상 결과에 따라 자동차 산업 전반에 미치는 여파가 클 것으로 보인다. 이번 파산 보호 절차가 마렐리뿐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 전반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